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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 대신 빈 집만···서브프라임 여파 주택시장 부진
전국 재고물량 9.6개월치로 늘어···관련업종 외에 타 부분에도 영향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교외 헨더슨의 한 언덕에 자리 잡은 고급 주택단지 블랙 마운틴 비스타. 부동산 중개업자 토머스 블랜차드의 안내로 돌아보니 주택시장 위기의 실상이 피부에 와 닿는다. 치장 벽토로 지어진 2가구용 연립주택이 줄지어 서 있다.
최근 한 채당 50만 달러에 팔렸지만 입주자는 없다. 블랜차드는 솔리튜드 포인트 애버뉴 678호에 멈춰서서"대금 미불로 압류된 주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인근의 다른 주택들을 가리켰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정원 잔디밭에는 군데군데 파인 데가 보인다.
현관 출입구에 놓인 전화번호부는 사막의 태양 아래 몇 주째 방치돼 표지가 허옇게 변색됐다. "680호도 684호도 압류 주택이다. 저 끝에 있는 두 집도 마찬가지다."
3년 전만 해도 부동산 투기꾼들로 가득했던 곳이다. 그들은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일확천금을 노렸다. 그러나 지금 블랙 마운틴 비스타 같은 동네들이 비싼 유령 마을로 변해 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뒤이어 발생한 신용경색 우려 때문이다.
너도나도 주택 포기
주택 매입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입주를 포기한다. 그런 와중에 캘리포니아 해변에서는 텅 빈 연립주택들이 늘어간다. 마이애미 비치의 고급 분양 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이 재산을 축내는 애물단지로 변해 간다. 주택 매입자 헤지펀드 관리자 주택 페인트공들 모두가 손해를 본다. 정말 끔찍한 소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여름 주택 시장이 침체하자 경제평론가들과 주택 건설업자들은 이제 바닥권에 왔다고 일반인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사태는 다달이 악화됐다. 먼저 수십 군데의 서브프라임 대출업체들이 파산했다.
그리고 7월에는 미국 최대의 주택담보 대출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측의 발표가 나왔다. 신용 상태가 비교적 우량한 채무자들이 빌린 자금도 변제 불능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7월 채무자 약 18만 명이 주택을 압류 당했다. 1년 전보다 93% 늘어난 수치다.
지난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담보물 압류 사태를 막으려고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했다. 지난 6월 신규 단독주택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22.3% 줄었다. 훨씬 더 큰 시장인 기존 주택의 7월 판매량은 9% 줄었다. 미 부동산중개업자 협회는 주택 재고 물량이 9.6개월치나 쌓여있다고 발표했다.
2005년의 2배 이상 되는 수준이다. 미국 주택 가격을 추적하는 케이스-실러 지수는 2006년 6월과 2007년 6월 사이에 3.2% 하락했다. 그 자체로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낙폭이지만 "1991년 이래 연간 하락분을 누적해 보면 사상 최대 규모"라고 예일대 경제전문가 로버트 실러는 말했다.
부동산 일자리 감소
주택 건설.판매의 하락 추세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부동산이 호황을 맞으면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어난다. 부동산 중개업자 대출중개업자 건축업자 변호사 투자은행가 실내장식업자 이사업체 페인트공 건축 하청업체 조경업자 등이 모두 혜택을 누린다.
시카고 소재 노던 트러스트의 경제전문가 아샤 방갈로르에 따르면 2001년 11월~2005년 4월 주택과 주택 관련 산업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78만8300개였다. 미국 전체의 40% 수준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모기지 중개업자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트립 거리의 모든 스트립 댄서 웨이터 바텐더가 중개업자 면허증을 지녔다"고 모기지 중개업자였던 보이드 니보르그는 말했다. 현재 그는 타오 라스베이거스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그러나 방갈로르에 따르면 2006년 8월 이래 주택 관련 산업 분야의 고용 건수는 11만9400개나 줄었다. 지난 8월에는 해고 사태가 봇물을 이뤘다. 샌디에이고 소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어크레디티드 홈 렌던스는 직원 1600명을 해고했다. 캐피털 원 파이낸셜의 그린포인트 모기지 사업부는 1900명을 해고했다. 애리조나주 투손의 서브프라임 대출업체인 퍼스트 매그너스에서는 6000명이 해고됐다.
브로커 수입 줄어
수수료로 먹고사는 많은 부동산 중개업자는 수입이 크게 줄었다. 아이다호주의 휴양도시에 있는 윈더미어 커들레인 리얼티의 중개업자 마이크 맥나마라는 그 지역의 주택 판매가 2005년 여름 이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내가 판매한 주택 수는 지난해 대비 30% 줄었다.
이 지역에는 약 1500명의 중개업자가 있는데 그중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300명 정도다."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약 20년 간 주택평가사로 일해온 해리 헤이워드는 매주 약 5건의 주택 평가 업무를 맡는다고 밝혔다. 주택 호황 절정기에는 10~15건이었다. "사정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해 왔지만 그런 적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관련 분야의 피해는 계속 늘어난다. 주택 판매와 이사는 가정용품 전자제품 가구 등의 구매를 자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주택 투기꾼들과 개축업자들의 수요를 충족해오던 관련 산업 전체에 심각한 연쇄 불황을 일으켰다. 올해 2분기에 홈디포의 동일 점포 매출은 5.2% 시어즈 백화점은 4.3% 감소했다.
집 값 더 떨어질까
호황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호사스럽게 살던 미국인들은 이제 자신들의 집값이 떨어지는 사태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뭔가 비싼 물건을 사야 할 때가 되면 조마조마해진다. 미국 유람선 제조업체 협회(NMMA)는 2006년 6% 줄었던 유람선 판매가 2007년에는 주택 시장 공황 때문에 추가로 10% 떨어지리라 예상한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퍼스트 아메리칸 코어로직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약 3700억 달러인 변동 금리 저당 대출의 금리가 올해 재조정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인 수백만 명이 현재의 집에서 계속 거주하려면 매달 상당히 많은 할부금을 더 내야 한다. 무디스 이코너미 닷컴의 수석 경제전문가 마크 잰디는 2007년 10월 절정기엔 약 500억 달러의 대출금 금리가 상향 조정된다고 밝혔다.
